15/05/2026
https://www.axisj.com/blog/dead-or-live
새벽의 개발실은 조용하다.
모니터 불빛만이 사람 얼굴을 푸르게 비춘다.
누군가는 코드를 고치고, 누군가는 새로운 AI 툴을 열어본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AI 시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혁명이라 불린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개발자와 IT 종사자들에게 그것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군대 유격훈련장에서 교관이 외치는 것 같다.
“선착순 10 명!”
그 순간 사람들은 뛰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먼저 도착하고, 누군가는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달린다.
지금의 AI 시장도 그렇다.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 새로운 에이전트가 등장한다. 어제의 기술이 오늘 낡아지고, 오늘의 승자가 내일 뒤처진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선착순이 시작된다.
오징어게임과도 닮아 있다. 게임은 끝나는 듯 보이지만 끝나지 않는다.
한 라운드에서 살아남아도 곧 다음 게임의 참가자가 된다. 지금 많은 개발자들이 지쳐가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계속 달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AI는 유행이 아니다. 거대한 파도다.
누군가는 여전히 말한다. “AI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 “결국 사람 손이 필요하다.” “내 분야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폭풍우 앞에서 “아직 비가 조금밖에 안 온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건 비가 시작됐느냐가 아니다. 이미 하늘 전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작가 Vivian Greene은 이렇게 말했다.
“삶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AI를 완전히 두려워하지 않을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그렇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어딘가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늦는 건 아닐까.” “이제 내가 가진 경험이 가치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바다 앞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주먹으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파도를 이길 수 없다면 결국 배워야 하는 건 하나다. 타는 법이다.
AI를 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계속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AI를 도구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조금씩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다.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서툴러도 된다. 어색해도 된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AI와 함께 일해보는 것. 작은 자동화 하나라도 만들어보는 것. 익숙한 작업을 AI에게 맡겨보는 것.
그 작은 경험들이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꾼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AI 시대는 인간을 완전히 필요 없게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AI와 함께 움직이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시대라는 것을.
결국 선택은 두 가지다.
즐길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
파도를 욕하며 해변에 주저앉을 수도 있고, 젖은 채로라도 바다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는 이미 바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것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